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습지는 마른다
습지의 표면을 떠다니는 이끼를 걷어
볕 좋은 뒤뜰에 널어 말려
햇살 내음 밴 이끼를
광주리에 넣어
숲 언저리로 가자.
상처 입은 암말들의 무덤으로 가자.
행여 아직 질긴 숨 붙어있는 한 마리
먼저 간 친구들 곁에 지쳐 누워 날 기다릴 지 모르니
이끼는 상처 입은 암말의 옆구리에서
흐르는 피를 멈추고
그 자리에서 가만히 말라
잠든 말 옆구리에서 함께 잠들어주면 그만인 일.
상처가 아물어 다시 달릴 수 있는 그날 오면
다만 바스스 공기중으로 흩어지면 그만인 일.
어두운 산 길 숲 속에 자리한 습지는
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
나 오늘도 이끼를 걷으러 습지로 향하네
얼마나 많은 말린 이끼
얼마나 많은 암말의 피
얼마나 많은 왕복 숲길 걸음
걷고 말리고 걸어
언젠가 습지가 완전히 마르면
내 소망은 그 자리에 어린 말 먹일 풀을 심는 일.
이끼 널어 말릴 햇살 되어 주는 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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